바닥에서 받은 은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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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피이스이 작성일20-05-16 20:28 조회14,879회 댓글0건본문
바닥에서 받은 은혜
길가, 사람들에게
수없이 밟히고 밟힌 질경이
짓뭉개져 구멍이 숭숭나도
언제나 그 자리에
질기게 꿋꿋하게 고개 들고
살아온 질경이
그래, 우리의 삶은
질경이 와도 같지
버티고 견디고 살아온 당신
당신이 있는 그 자리에 빛이 나는 걸
내가 살아온 것 아니라
그분이 살게 한 것이지
더럽고 냄새나고 기구(岐嶇)한
누더기 같은 내 인생
바닥가운데 어찌 찾아오셨을까?
낡고 냄새난 썩은 줄 내려놓게 하시고
믿음으로 곱게 물들인
붉은 줄 하나 매달고
붙들게 하시더니
붉은 보자기로 날 덮으시고
생명싸개로 안으신 후
내 앞에 영광스러운 길 펼치시니
내 인생 덩실덩실 춤을 추며
날아가네
바닥에서 받은 이 은혜
무엇으로 갚을까?
갓난아이처럼
아버지 품에 안길 때
가장 평안하고
가장 따뜻하고
가장 행복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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