바닥에서 받은 은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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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피이스이 작성일20-05-16 20:28 조회9,716회 댓글0건본문
바닥에서 받은 은혜
길가, 사람들에게
수없이 밟히고 밟힌 질경이처럼
짓뭉개져 구멍이 숭숭나
사람취급 받지 못한 채 살았어도
질기게 꿋꿋하게 고개 들고 살아왔다.
버티고 견디고 살아온 것만 해도
대단한 일이다.
어찌 지금까지 살아왔을까?
내가 살아온 것이 아니라
그분이 지금까지 살게 한 것이라 생각하니
눈물이 왈칵 하염없이 쏟아진다.
내 그동안
땅만 보고 바닥에서 살았다.
그런데 날 어찌 찾아오셨을까?
더럽고 냄새나고 기구(岐嶇)한
누더기 같은 내 인생
바닥가운데 어찌 찾아오셨을까?
바닥에서 붙잡았던
그 낡고 냄새난 썩은 줄 내려놓게 하시고
믿음으로 곱게 물들인
붉은 줄 하나 매달고
붙들게 하시더니
붉은 보자기로 부끄러운 날 덮으시고
생명싸개로 안으신 후
날 이렇듯 영광스럽게 하시고
내 인생 덩실덩실 춤을 추며
날아가게 하신다.
바닥에서 받은 이 은혜
내 어찌 잊을까?
이런 날이 올 줄 나도 몰랐다.
갓난아이처럼
아버지 품에 안길 때
가장 평안하고
가장 따뜻하고
가장 행복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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